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No.1782
#3
미안하다, 잠시 졸았다.
술마시면 잠이드는 버릇이 있어서.
어쨌든 계속 이야기하겠다.
그 애를 만난지 한 달 정도 지난 후의 일이다.
편의점에 야식을 사러 갔다가 또 우연히 그 애를 만났다. 그 때는 우연히 만났구나 생각하고 먹을 것 좀 사주고 이런 저런 말을 나눈 후에 집에 들어갔다.
그러다가 치약 다 떨어진 거 알고 다시 편의점에 갔는데 아직도 그 애가 있더라.
내가 놀라서 물어보니 주저하면서 또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하더라.
아마 그 날 나한테 뭐가 씌인게 분명했다. 그 애 말을 들은 난 그 애한테 아침까지 우리집에서 지내고 가라고 말해버렸다.
다시 말하는데 난 어린애보고 욕정하는 이상성욕자 아니다. 진짜 순수한 선의로 그렇게 물은 거였다. 그리고 그 애도 내가 묻자 순순히 따라왔고.
진짜 재우고 다음날 아침밥 먹이고 그애 집에 가서 열쇠공 불러 준 후에 헤어졌다. 이상한 짓은 하나도 안 했고 이상한 마음은 하나도 안 들었다.
그 애도 단순히 자신에게 잘 해주는 어른을 따르는 것뿐이었.....시발 이렇게 말하니 진짜 수상하네. 어쨌든 다시 강조하는데 나에겐 선의밖에 없었다.
어쨌든 그 이후로 가끔씩 그 애가 또 열쇠를 잃어버리면 우리집에서 자고 갔다.
뭔가 이상한 거 알아차렸지? 그 애 열쇠를 너무 자주 잃어 버리는 거. 덜렁댄단 말로는 부족할 지경인 거.
그 이유를 알아차린 건 그 애가 우리 집에서 서너 번 더 자고 간 후였다. 그리고 누차 강조해도 부족해서 다시 강조하는데 아무런 일도 없었고 나도 삿된 마음 없이 선의로 한 일이다. 어린애데리고 무슨 상상을 하는 거냐.
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어느 날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생 여럿이 한 명을 둘러싸고 있는 걸 봤다.
요즘 애들이 좀 무섭냐? 모른척하고 지나가려고 했지. 그런데 우연히 둘러싸인 애랑 눈이 마주쳤어. 그래. 그애더라.
괴롭힘 당하는게 누군지 알게 되니까 눈 앞이 허옇게 변하더라. 그러다 정신을 차리니 내가 학생들한테 고함지르면서 학생들 사이를 파고 들고 그애를 구하고 있더라.
아마 내 인생에서 제일 용감했던 순간이라고 생각된다.
어쨌든 그 애 끌어 안고 막 되는 데로 짖어 대니까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모였는데. 덕분에 그 새끼들은 자기들이 불리한 짓을 하고 있던 것은 알고 있었는지 순순히 물러나더라. 진짜 다행이지.
그 이후에 우는 애 달래고 집에 데려가면서 이런저런 이여기를 했는데 그러다가 내가 몇 가지 알게 된 게 있다.
그 애 자주 열쇠 잃어 버리는 거 있지? 그거 그애 잘못이 아니더라. 그 애 괴롭히는 새끼들이 억지로 열쇠 뺏어서 숨기고 망가트려서 그렇게 된 거더라.
그리고...
그 애 있지. 나는 그애가 키도 작고 몸매도 밋밋해서 초등학생인줄 알았거든? 그런데 아니더라.
고등학생이더라. 교복 입고 있었거든.
그리고..
너희들 여자들 눈에서 불일렁이는 거 알지? 그거 언제부터 생기는 줄 아냐?
누군가에게 반했을 때 생기는 거다.
나... 그애 눈에서 불꽃 일렁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목격했다.
자랑하는 것처럼 들리지? 아니다.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나도 마음 고생 안 했지. 지금까지 말한 일들이 1년 전에서 10달 전에 있었던 일들이다.
진짜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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